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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슈퍼마켓이 아니다

by 포도당캔디10알 2024. 11. 4.

종교는 슈퍼마켓이 아니다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이 “모든 종교는 하느님에게 이르는 길”이라고 언급한 발언이 국제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발언은 가톨릭 신자들뿐 아니라 타 종교 신앙인들 사이에서도 비판과 의문을 자아내며, 종교의 본질이 마치 “슈퍼마켓”처럼 소비자의 선택 대상으로 여겨지는 현대 사회의 다원주의적 태도를 지적하게 만들고 있다.

종교를 ‘슈퍼마켓화’하는 태도란 무엇인가?

‘종교 슈퍼마켓화’는 각자가 자신의 취향에 맞춰 종교를 선택하거나 여러 종교의 요소를 조합해 편의에 맞춘 개인적인 신앙을 만들어내는 접근 방식을 의미한다. 이는 종교적 신념의 깊이와 철학을 희석시켜, 각 종교가 지닌 고유한 가치를 퇴색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교황의 발언은 이러한 ‘종교 슈퍼마켓화’ 개념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이며, 모든 종교를 단순한 선택지로 보는 사고방식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가톨릭 교리는 예수 그리스도가 하느님에게 이르는 유일한 길로 여겨지며, 이는 수천 년간 가톨릭을 지탱해온 중심 교리이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번 발언은 이 신념을 다소 흐리게 만들며, 종교의 진리가 상대적이고 유연하다는 인상을 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조셉 스트릭랜드 주교는 교황의 발언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하며, 이는 예수 그리스도가 유일한 구원의 길이라는 교리를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앙은 소비자가 여러 브랜드 중 하나를 고르는 선택이 아니다. 각 종교는 고유의 철학과 진리 체계를 지니고 있으며, 이를 단순히 하나의 길로 여기는 것은 신앙의 본질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종교 사회와 ‘종교 슈퍼마켓화’의 문제

종교의 슈퍼마켓화는 가톨릭 신자들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아니다.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사회에서는 각 종교의 독자적 가치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와 같은 다종교 사회에서는 종교 간 갈등을 완화하고 상호 이해를 도모하려는 노력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이번 발언은 오히려 모든 종교가 대체 가능한 것으로 여겨질 위험을 내포하고 있어, 종교적 신념에 대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종교 간 대화와 종교 슈퍼마켓화의 차이점

‘종교 간 대화’와 ‘종교 슈퍼마켓화’는 분명히 구분되는 개념이다. 종교 간 대화는 서로의 신념과 철학을 존중하며, 각 종교가 가진 고유한 진리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상호 이해를 목적으로 한다. 반면, 종교 슈퍼마켓화는 종교의 본질을 단순한 선택과 조합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상업적인 접근 방식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종교의 진정한 가르침이 사라지고, 신앙이 본래 지닌 깊이와 무게가 희석될 수 있다.

종교 지도자의 역할과 책임

절대적인 헌신을 요구하는 가치로서의 신앙은 일시적인 유행이나 개인의 기호에 맞추는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교황의 이번 발언은 종교적 진리를 상대적인 것으로 해석하게 만들며, 신앙의 본질에서 벗어나는 신호로 여겨질 수 있다. 이는 종교가 가진 무게와 신성성을 약화시키고, 궁극적으로 신앙인들에게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종교 지도자들은 절대적 진리의 가치를 지키고, 신앙을 진리와 신뢰의 기반 위에 세우는 책임을 진다. 신앙의 진리를 흔들 수 있는 발언을 공공연히 하고 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신자들에게 영적 혼란을 줄 뿐 아니라, 종교를 단순한 ‘선택지’로 만들어버릴 위험이 있다.

종교가 단순한 상업적 선택지로 변질되지 않도록, 그 본질적 가치를 지키는 것은 종교 지도자들의 중요한 역할이다.